우리가 함께 로마에 서다.
벌써 아련한 추억이 된 우리의 이태리 여행인데, 생각해보니 불과 3~4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우리가 연인에서 부부로 탈바꿈하고 간 첫 여행, 우리의 신혼여행이었다.
그렇게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를 맞이한 우리가 낯선 땅, 로마를 함께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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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당일 아침에 "쮸나 결혼하러 가자"하고 일어나서는 꿈 같은 하루를 보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것은 새벽 12시쯔음 이었던 것 같다.
정말 감사하게, 행복과 축복속에서 결혼식을 잘 마쳤고, 기쁜 마음에 축가를 불러준 친구들과 뒷풀이도 했다.
집에 돌아와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새벽 내내 여행 가방을 쌌다.
1-2시간 잤을까 여행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그러고 12시간정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이태리 로마.
저녁 9시쯤 된 듯 했는데,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숙소는 골목골목 숨어있었어서 찾는데 참 고생했다.
이태리는 간판이 크게 없는터라, 갔던길을 몇번씩 다시 오가면서 우리 숙소를 겨우 찾아냈다.
일단 짐을 두고,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스테이크에 와인 한잔.
아, 여기 정말 로마인가? 싶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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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정 중에 로마가 가장 길었다.
그리고 여느 여행때와 다를 것 없이 우리는 많이 걸었다.
로마 곳곳을 걸었고, 어제 걸은길을 오늘 또 걸었다.
오늘 아침에 봤던 트레비 분수를 저녁에 또 봤고,
어제 갔던 콜로세움을 오늘 또 갔다.
로마 곳곳에 남겨진 멋진 명소들뿐 아니라
발 닿는 모든 곳이 아름다운 도시였다.
로마에 처음 도착한날은 추적추적 비가 내렸지만,
다음날 부터는 거짓말처럼 쨍한 날씨의 연속이었다.
하늘은 파랗고, 높았고, 햇살은 쨍하면서도 바람은 불었다.
그런 하늘에 이태리 국기가 펄럭이고, 새들은 자유롭게 날아다녔다.
아, 여기가 이태리 로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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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는 법적으로 리모델링은 할 수 없고, 내부 인테리어만 바꿀 수 있다고한다.
덕분에 도시 하나가 관광지가 되어버렸다. 어느 길을 걸어도, 로마의 향기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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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게세 공원과 보르게세 미술관도 가고,
바티칸 투어도 하고,
나보나 광장, 판테온, 산 루이지 성당, 스페인광장
로마 곳곳을 누비며 우리의 신혼여행을 만끽했다.
바티칸의 천장화, 베드로 성당은 감격스러울 정도였따.
스페인 광장 근처로 모여있는 온갖 명품 매장들 구경도 했다.
내가 알던 모든 명품들, 그리고 내가 모르던 모든 명품들도
모두 이태리것인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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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은 와인 클래스도 들었다.
로마 시내 어느 레스토랑에서 온갖 치즈를 올려두고,
일곱 종류의 와인을 탐색했는데
쮸니는 바디감 있는 와인을
나는 산뜻한 와인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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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에 와인 조합은 여행 내내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매끼에 와인을 걸쳤다. 이탈리안이 그러하듯.
그런데 커피는 한국이 더 좋더라.
그들의 에스프레소 문화는 끝내 적응하지 못했고,
유명한 커피집도 찾아가보았으나 아리쏭한 마음으로 나왔다.
나는 로마가 정말 좋았다.


